3번 국도를 따라



경남 남해에서 서울까지 가파르게 올라온 3번 국도는 서울을 지나면 자로 잰 듯 반듯하게 북으로 향한다. 의정부, 양주, 동두천, 연천까지. 달리고, 달리면서도 머릿속 막다른 끝을 생각하게 되는 이상한 길. 미군부대에서 나온 고기를 요령껏 조리했다는 의정부 원조 부대찌개 집을 지나, 스물세 살 젊은 시인이 ‘태어나서 죄가 된 고아들’을 가르쳤던 동두천 보산동을 거쳐, 38선 표지석에 이르는 동안 분단은 묵직하게 내려앉는다.




연천은, 그러나, 역사의 영광과 실패를 쉽게 재단하지 말라고 일러준다. 인간이 쌓은 위대한 성이 말똥 같은 돌 더미로 남은 걸 보여주면서. 무시로 도로를 오가는 군 트럭들 뒤로 더 유려한 산 능선 때문에 서글퍼하지 말라고 토닥인다. 담쟁이넝쿨은 총탄 자국을 상관하지 않고 씩씩하게 오른다면서. 북으로 향하는 황량한 길, 벼들은 무슨 일 있느냐며 노랗게 들판을 물들인다.

출처 : ggc.ggcf.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