긁는 도구 : 긁개, 홈날, 톱니날, 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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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202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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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석기시대 생존에 필요한 여러 가지 물품을 만들 때 재료를 긁어 다듬는 행위는 가장 기초적인 작업이다. 가죽을 손질하고 나무나 뼈-뿔을 깍거나 표면을 정리하는 역할을 하는 도구들이 있다. 긁개, 홈날, 밀개 등이 대표적이다.
긁개 scraper는 구석기시대에 가장 흔하게 사용된 잔손질 도구로 전기 구석기시대부터 쓰였다. 격지나 조각의 가장자리에 연속적인 잔손질하여 만든다. 형식학적으로 긁개 날은 개수, 형태에 따라 외날과 두날 긁개나 집중날 긁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홈날 notch은 말 그대로 석기에 홈이 있는 것이다. 한차례 크게 떼어내거나 연속된 잔손질로 오목하게 날을 만든다. 톱니날 denticular은 이러한 홈이 3개 이상으로 연속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중 클락토니앙식 홈날은 한차례 떼어서 만들기 때문에 한번 떼기가 진행된 일부 몸돌이나 사고에 의해 발생한 흔적과 구분이 어렵기도 하다.
밀개 end-scraper는 후기구석기시대 대표 석기로 주로 가죽 손질에 사용된 것으로 알려져있다. 기본적으로 격지나 돌날의 위끝에 연속적인 잔손질하여 둥근 날을 만들었다. 영어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주로 석기의 끝에 날을 만든다 하여 끝긁개라고도 한다. 현재 학계에서 널리 쓰이는 우리말 용어인 밀개는 프랑스 용어를 따랐다. 프랑스어로 밀개는 grattoir로 gratter(밀다)에서, 긁개는 racloir로 racler(긁다)에서 나온 말이다. 도구를 쓰는 방식은 유사하지만 그 쓰임과 생김새에 차이를 강조하여 서로 용어를 달리 썼다. 밀개가 석기의 윗부분에 주로 둥근날을 만든다는 점에서 다양한 날을 가지고 있는 긁개보다 형식이 단순하고 주로 가죽 무두질에 쓰였다는 점에서 긁개보다 전문 기능이 강한 도구라 하겠다.
밀개는 대표적인 가죽 무두질 도구이다. 다양한 쓴자국 연구 결과를 보면 상당수의 후기구석기시대 밀개는 가죽 가공에 많이 쓰였다. 가죽 무두질은 짐승의 사체에서 벗겨낸 가죽에 남아있는 근육, 지방 등을 긁어내고 황토물이나 잿물에 넣었다 뺏다를 반복한다. 이 과정에서 가죽을 밀개로 지속적으로 문지르면 뻣뻣하던 가죽이 점차 부드럽게 변한다. 현대 수렵채집민들은 최근까지도 돌, 쇠 등으로 만든 밀개로 가죽 무두질을 하기도 했다.
위) 긁개 아래) 밀개
- 이 글은 전곡선사박물관의 2019년 도록 <전곡리 윗마을 사람들>의 일부를 수정보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