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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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202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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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전곡선사박물관 학예연구사)
좋아하는 SF 중에 하나가 더글러스 애덤스의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The Hitchhiker's Guide to the Galaxy>이다. 특히 2005년에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일종의 우주 우회도로 건설을 위해 사라질 지구를 돌고래의 시점으로 노래하는 오프닝이 기발했던 기억이다. 지구와 인간도 결국 우주 속 작은 생명체에 불과하니 정신차리라는 이 블랙코미디의 메세지도 오늘 날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지만 거창하지 않게 사회를 비꼬는 장면들을 킥킥 거리거나 판타스틱한 우주 비주얼을 즐기며 영화를 봐도 충분할 것 같다. 영화 속에는 영화 제목과 같은 안내서가 등장한다. 말 그대로 일종의 가이드북인데 우리의 선사칼럼은 여기에서 감히 영감을 받아 칼럼 구성의 컨셉을 잡았다.
전곡선사박물관은 전곡리 구석기 유적을 보호하고 활용하여 유적의 가치를 지속 발전시키는 데 설립 목적이 있다. 유적을 활용하는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선사칼럼에서는 구석기시대나 선사시대에 대한 다양한 관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목적이다. 나만 아는 이야기에서 함께 나누는 이야기로 나아가면 어렵게 느껴지거나 단순히 돌을 깨고 불을 피우는 게 전부인 구석기가 아니라 다층적이고 역시 그때도 우리랑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 살았던 시대로 구석기시대를 바라볼 기회가 생기길 희망한다.
은하수 안내서처럼 거창하게 말했지만 여기서 다룰 선사 칼럼은 소박하게나마 구석기시대로의 안내서를 지향한다. 이 안내서는 선사시대의 다양한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전달하는 안내서가 되고자 한다. 앞으로 매달 선사 칼럼에서는 다양한 여행 코스를 선보인다. 가장 큰 코스는 내 눈앞에 있는 구석기 유물이 어떤 여행을 거쳐 우리 앞에 나타났는지를 탐구한다. 구석기시대를 이해하고 연구하는 다양한 학문적 접근이 주제다. 지질, 동물상, 석기, 유적 조사와 실험고고학 등 흥미로운 에세이를 통해 많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여러분을 구석기시대로 안내할 것이다.
또 다른 여행 코스로는 전곡선사박물관 구성원이 전하는 박물관과 선사시대 이야기가 있다. 이한용 관장이 들려주는 쉽고 재미있는 선사시대와 인류의 이야기는 그의 책 <왜 호모사피엔스만 살아남았을까?>의 연장에서 진행한다. 늘 묵묵히 일하고 있는 전곡선사박물관의 학예연구사들은 박물관 활동이나 선사시대와의 접점을 저마다의 관심사로 풀어내 조금 색다른 시선으로 선사시대와 오늘을 느끼도록 해 줄 것이다. 여행은 국내에만 머물지 않는다. 앞으로 선사 칼럼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콘텐츠를 비정기적으로 선보일 것이다. 해외의 유명하고 중요한 선사유적을 둘러보거나 관련 기관을 소개한다. 마치 국경이 없었던 구석기시대처럼 전곡선사박물관의 누리집에서 국경에 구애받지 않고 선사 여행을 할 수 있도록 꾸준히 컨텐츠를 늘려가고자 한다.
새로이 출발하는 <선사칼럼 :구석기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는 매달 말 2~3개의 콘텐츠를 홈페이지에서 선보인다. 이 선사칼럼이 전곡선사박물관을 여행하려는 분이나 선사시대 특히 구석기시대를 좀 더 알고 싶은 분들의 충실하고 친근한 안내서가 되길 바라본다.
* 썸네일이미지는 전곡선사박물관의 2015년 개관 4주년 기념특별전 <인류의 기원을 찾아 고고씽>의 포스터 이미지를 활용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