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놀음
-
관리자
2023.04.21
-
- 0
두 발로 걷게 된 인류의 진화와 아주 밀접한 야구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 관장)
야구는 결국 투수놀음이란 말이 있다. 선발투수의 활약 여하에 따라 경기의 승패가 갈린다는 뜻인데 야구라는 스포츠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말이다. 얼마 전 끝난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의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는 타자로서도 재능이 있지만 시속 160km의 강속구를 뿌리는 투수라서 더 유명하다. 강속구 투수는 영어로 파이어볼러 Fireballer 다. 그야말로 공을 벼락같이 내다 꽂는다는 뜻이니 타석에 서서 파이어볼을 맞이하는 타자에게는 공포감을 일으킬 정도라고 한다. 그래서 파이어볼을 정확하게 노리고 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고 어느 정도 예측해서 미리 방망이를 휘둘러야 안타를 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야구는 두 발로 걷게 된 인류의 진화와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스포츠다. 왜냐하면 시속 160km 이상의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강력한 팔과 어깨를 가진 유일한 동물이 바로 우리 인간이기 때문이다. 물론 사람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진 팔과 어깨를 소유한 영장류는 많다. 우리보다 좀 왜소한 침팬지조차 팔심은 인간보다 몇 배가 강하다. 하루 종일 나무 사이를 이리 저리 건너다녀야 하는 침팬지에게 강력한 팔심은 생존의 필수 조건이다.
하지만 침팬지는 파이어볼러가 될 수 없다. 침팬지와 인간을 갈라놓은 체질적 진화의 결과다. 침팬지도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팔심은 가졌지만, 우리처럼 어깨를 자유롭게 돌리지는 못한다. 나뭇가지를 꽉 잡고 허공에서 지탱해야 하는 침팬지는 어깨가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어깨뼈가 근육으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을 던질 수는 있지만 멀리 가지 못하고 패대기를 치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우리 인간은 ‘빙글빙글 요술팔’이라고 불릴 정도로 회전이 자유로운 어깨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비록 침팬지보다 팔심은 약하지만 어깨의 회전력을 이용해 아주 빠르게 그리고 정확하게 공을 던질 수 있다. 알고 보면 그 언젠가 두 발로 일어섰던 그때 자유로워진 두 손을 얻게 되면서부터 이 모든 것이 시작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