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천구석기축제 30주년을 맞이하며...
-
관리자
2023.05.26
-
- 0
제1회 전곡구석기문화제 제문 낭독 (1993년)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 관장)
야속하게도 큰 비가 내렸던 지난 5월 5일 어린이날, 올해로 30회째를 맞은 연천 구석기축제의 현장은 심술궂은 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19 팬데믹의 단절에서 벗어나 서서히 일상을 찾아가는 우리에게 다시 찾아온 연천 구석기축제를 맞이하는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인 1993년 약 200명 정도가 모여서 주먹도끼 만들고, 돼지 잡으며 석기시대를 체험하는 구석기 체험 행사로 시작했던 전곡리 구석기 문화제가 이제는 명실상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고고학축제로 자리 잡았음을 다시 한번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돌멩이 하나가 지역 발전의 발목을 잡는 걸림돌이 되었다는 편견을 극복하고, 전곡리 유적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한 고난의 시간을 견뎌내며 전곡선사박물관이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기까지는 참 많은 사연이 있었다. 그 어려운 순간들을 이겨내고 꿋꿋이 성장한 연천 구석기축제가 전곡선사박물관의 모태가 되었고 이곳 전곡리 구석기 유적이야 말로 세계적인 문화재 활용의 모범현장이라는 사실은 이제는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바야흐로 국내외에서 연천 전곡리축제를 벤치마킹한 사례들도 많이 생기고 있어 그간 문화재 보존과 활용의 현장에서 축적된 경험들을 이제는 세계 여러 곳으로 널리 전파시키고 있다. ‘전곡 패밀리’를 자처하며 축제에 참가하는 외국 학자들이 혀를 내두르며 감탄하는 모습에 으쓱하기도 하지만, 이제부터 정말로 문화재가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시키고 문화적 자부심을 드높이는 역할은 물론 더 나아가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소중한 자원이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의 축제가 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하여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연천의 보석 ‘전곡리 유적’ 을 갈고닦아 세계의 보석으로 만드는 것이야말로 앞으로 연천군이 할 일이라는 것에 이제는 많은 지역주민들께서 공감하고 있어 또 다른 30년을 맞는 연천 구석기축제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
모든 것이 어느 날 갑자기 뚝딱하고 완성체로 나타나지 않듯이 연천 구석기축제와 전곡선사박물관이 탄생하기까지도 오랜 준비 기간이 필요했다. 1978년 동아시아 최초로 아슐리안 주먹도끼가 발견되어 전 세계 구석기연구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며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새 잊힌 유적이 되었던 전곡리 유적의 중요성과 의의를 널리 알리기 위해 온 청춘을 바쳐 헌신한 배기동 전곡선사박물관 초대 관장의 노고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세계적인 유적에 걸맞은 세계적인 건축물로 자타가 공인하는 전곡선사박물관의 탄생은 허름한 컨테이너 건물을 개조해 전곡리 유적 전시관을 개관하면서 개관기념행사로 전곡리구석기문화제(현 연천구석기축제)를 시작하신 배기동 전곡선사박물관 초대 관장님(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의 헌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지만 또 많은 분들이 잘 모르고 계셔서 연천 구석기축제 30 주년을 맞아 다시 한번 정리해서 기록으로 남긴다. 30년 전 그때의 그 첫 마음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다.
※ 전곡선사박물관 홈페이지 <전곡리유적> - <구석기축제>에 가시면 축제 아카이브 자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