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기를 만든다는 것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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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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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곡선사박물관 상설전시장의 전곡리주먹도끼 진열장
이한용 (전곡선사박물관 관장)
지금을 사는 우리들, 호모사피엔스는 오랜 기간 축적된 체질적, 문화적 진화의 결과물이다. 나와 같은 사람, 호모 사피엔스는 바로 오늘을 사는 현생인류이자, 동시에 수십만 년 전에 등장한 화석인류이기도 하다. 호모 사피엔스가 어떤 진화 과정을 거쳐 지금의 호모 사피엔스가 되었는지를 생각해 보는 것은 앞으로 우리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가를 짐작해 볼 수 있다는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었을까?
인간이 다른 동물과 구분되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두 발로 걷는 것이다. 두 발로 걷는다는 것은 두 손이 자유로워졌다는 것 즉 손의 해방을 의미한다. 왜 두 발로 일어서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이론이 있다. 사바나 적응설, 수변 적응설, 사냥이론, 사랑학설, 기후적응설, 등등 여러 가지 설명들이 있지만 인간이 두 발로 일어서게 된 것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결합하여 생겨난 적응의 결과물일 것이다. 두 발로 걷게 되면서 이동에서 자유로워진 두 손을 갖게 된 인류는 석기 즉 도구를 만들었다. 두 발로 걷게 된 것이 인간의 체질적 특징이라면 자유로워진 두 손으로 도구를 만든 것은 인간의 문화적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오직 인간만이 두 발로 걷고 두 손으로 도구를 만든다.
인류 최초의 도구는 석기다. 석기를 처음 만들기 시작하였을 때는 약 3백만 년 전 까마득한 옛날이다. 왜 석기를 만들었을까? 식생활의 변화와 관련이 높다. 그동안 먹을 필요가 없었던 동물 단백질 즉 짐승의 고기를 먹어야만 하는 환경에 처하게 된 인류가 생존의 절박한 갈림길에서 돌을 깨서 석기를 만들게 되었다. 석기를 만든 인류는 결국 살아남게 되었다. 왜 석기를 만들었을까? 라는 질문보다는 석기를 만들 수 있어서 인간이 되었다 라는 답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석기를 만든다는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우리는 보통 석기를 만들어 짐승의 두터운 가죽을 찢어 그동안 먹을 수 없었던 짐승의 고기를 먹게 되어 살아남았다는 일종의 성공방정식으로만 석기만들기를 이해한다. 하지만 사실 석기를 만든다는 것은 그 자체가 목숨을 건 위대한 도전이었다. 단단한 돌을 두드려 깨서 석기를 만들다 생긴 작은 상처는 요즘이야 간단한 처치로 쉽게 치료가 되지만, 대일밴드도 후시딘 연고도 없던 구석기시대, 석기를 만들던 그 사람들에게 작은 상처는 치명적인 감염의 위험에 빠트릴 수 있는 위험한 도전이었기 때문이다.
커다란 돌을 앞에 두고 깊은 심호흡을 하며 돌을 내리칠 단단한 마음의 준비를 하던 그 오래전 구석기 사람을 떠올려 보자, 박물관 진열장 속에서 아무런 존재감도 없어 보이던 보잘것없는 작은 돌조각들이 새삼 거룩한 존재로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