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요석 탐구 1 _ 돌돌 무슨 돌? 밤하늘처럼 까만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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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3.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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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산 흑요석과 흑요석의 생성원리
김소영 (전곡선사박물관 학예연구사)
많은 유저가 있는 게임 '마인 크래프트'에서 흑요석은 인기 아이템이다. 이 게임 속 흑요석은 실제처럼 용암에서 만들어지고 귀한 다이아몬드 곡갱이로 채굴하는 더 귀한 블록이다. 흥미롭게도 구석기시대에도 흑요석은 귀한 돌감이었고 구석기시대를 연구하는 사람들에게 흑요석 관련 주제는 언제나 인기 있는 연구 주제다. 선사시대의 대표적인 흑요석 산지인 일본의 홋카이도에서는 올해 7월 흑요석만을 주제로 전 세계 학자를 모아 학술대회를 열 정도이다. 까만색이 주는 특유의 신비감 때문일까? 왜 구석기시대 연구자들은 흑요석만 보면 눈을 반짝일까?
흑요석 黑曜石 Obsidian은 이름처럼 까만 색 돌이 가장 많지만 회색, 갈색 등 다양한 색이 있다. 화산활동에서 만들어진 유리질 암석으로 유문암질이나 안산암질 기원의 화산암이다. 화산활동으로 마그마가 형성될 때 높은 온도에 주변의 암반이 녹기 때문에 암반이 무엇이냐에 따라 마그마의 종류와 성격도 달라진다. 염기성인 현무암질 마그마는 화산쇄설물의 방출이 적어 분출이 조용한 편이다. 특히 점성이 낮아 분출한 용암이 멀리까지 이동하면서 완만한 화산지형을 만든다. 임진‧한탄강 일대의 용암대지가 이렇게 만들어졌다. 반면 산성인 유문암질 마그마는 화산가스가 폭발적으로 팽창해 화산돔을 만든다. 화산돔이 폭발하면서 분출한 유문암은 공기와 접촉하면서 급격하게 식는데, 이때 흑요석 결정이 만들어진다. 유문암질 마그마는 점성이 높아 대개 높은 화산지형을 만드는데 흑요석 산지가 주로 높은 산에 있는 이유이다.
흑요석은 화산 분출지역에서만 만들어지다 보니 구하기 어려운 돌감이었다. 그러면 왜, 언제 흑요석을 구하려고 노력하기 시작했을까? 그 이유를 밝혀내기 위해서는 먼저 구석기시대 석기제작에 대해 살펴보자. 전곡리유적을 대표하는 석기이기도 한 주먹도끼는 ‘미리 생각해서’ 하나의 돌에서 필요 없는 부분을 제거해 원하는 형태로 만든 석기로 가장 오래된 것은 약 170만 여 년 전 만들어졌다. 이후 후기 구석기시대까지 제작, 사용한 인류의 인지 발달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도구이다. 주먹도끼를 만든 인류는 석기생산 방법을 더욱 발전시키는데 그중 하나가 돌날을 만드는 기술인 '돌날떼기'이다.
돌날 blade, 石刃은 길이가 너비 보다 2배 이상 긴 격지의 하나로, 양 날이 곧고 날카로워 돌날이라 부른다. ‘돌날떼기’는 대개 돌이나 뿔 망치로 돌을 직접 내리쳐 깨는 ‘직접떼기’나 망치와 돌 사이에 정과 같은 도구를 대고 때리는 ‘간접떼기’로 만들어진다. 이 기법은 이미 중기구석기시대부터 등장해 후기 구석기시대에 더욱 발전했다. 이 돌날을 생산하려면 주먹도끼처럼 미리 생각해서 어떤 부분을 제거하고 어떤 형태를 만들지 결정한다. 주먹도끼가 하나의 돌에서 물방울 같은 모양을 가진 석기 하나를 만들기 위해 나머지를 제거한다면, 돌날은 '미리 계획하여' 몸돌을 특정 형태로 다듬고 여기서 비슷한 크기의 석기를 연달아 여러 개 얻는 것이 목적이다.
그러다 후기 구석기시대 어느 시점에 이 돌날을 만드는 보다 발전한 방법이 등장하는데, 바로 ‘눌러떼기’ 이다. '눌러떼기'는 말 그대로 망치로 돌을 바로 내리쳐 깨는 것이 아니라 손질한 돌에 누름도구라 불리는 끝이 뾰족하게 손질된 뼈나 뿔을 돌에 대고 누르는 제작 방법이다. 즉 쐐기 형태로 다듬은 몸돌을 손에 쥐거나 나무나 뼈에 고정하고 누름 도구로 눌러서 돌에 순간적인 압력을 가하여 눌러 떼 돌날을 생산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눌러떼기’와 흑요석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흑요석 탐구 2에서 그 이유를 알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