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잊지 않은 민족에게 미래는 있다
-
관리자
2023.08.29
-
- 0
국립아이누민족박물관 상설전시실 전경
신지섭 (전곡선사박물관 학예연구사)
올해 7월 나는 세계흑요석학회 참여를 위해 홋카이도 출장을 가게 되었다. 4박 5일간의 짧은 일정이었지만, 대표적인 박물관인 국립아이누민족박물관과 홋카이도박물관을 방문하였고 홋카이도 역사를 관통하고 있는 “아이누”라는 민족에 대해 알아볼 기회가 되었다.
아이누는 홋카이도에 거주하고 있는 일본의 전통 민족 중 하나로, 홋카이도뿐만 아니라 그 일대(사할린, 쿠릴 열도)에 거주하였다. 아이누는 그들의 거주지에서 그들만의 언어, 음악, 요리 문화 등을 가지고 일본 본토 사람들과 교류하며 살아갔다. 하지만 15세기 들어 본격적으로 에도 막부의 영향력이 홋카이도에 미치게 되면서 교류는 탄압으로 바뀌었다. 이후 일본 제국으로 바뀌면서 그 탄압은 더욱 심해졌다. 그들은 “홋카이도 구토인 보호법北海道舊土人保護法”이라는 이름 아래 그들의 토지 몰수, 수렵 및 고유 풍습 금지, 일본식 이름으로 개명 등을 시행하였다. 이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조선에 행한 것과 비슷하다. 이후 일본이 패전 후 민주화가 되면서 아이누의 권익도 조금씩 나아지게 된다. 가야노 시게루萱野 茂는 아이누 최초의 참의원이 되었고, “홋카이도 구 토인 보호법”을 폐지하고 “아이누 문화 진흥법”을 제정하였다. 마침내, 2019년에는 일본 정부로부터 아이누를 원주민으로 인정하였다.
파란만장한 아이누의 역사지만, 이들의 역사를 다루는 두 박물관은 텍스트에서부터 디자인까지 상당히 달랐다. 먼저, 홋카이도박물관의 경우 홋카이도 전체의 환경, 역사, 문화를 다루는 종합박물관이다. 그래서 오로지 아이누 문화에만 집중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그들의 역사를 통시적이면서도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반면에 2022년 개관한 국립아이누민족박물관은 아이누 민족을 일본 내 원주민으로 인정하고 설립된 박물관으로, 그들의 고유하고 특별한 문화를 현대적이고 세련된 건축물, 공간 안에 담아 놓았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밝으며, 아이누의 탄압이나 수난과 같은 어두운 역사에 대한 메시지나 디자인적 의도는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아이누족의 현재와 미래와 관련해서도 상당 부분 전시를 구성하였다.
흔히들 생각하기에 박물관의 기능과 역할이라고 하면 크게 전시, 교육, 연구 등을 들 수 있고 그와 관련된 활동들은 실제로 가보거나, 홈페이지, 미디어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외에도 박물관은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인 역할도 같이 수행하고 있다. 앞의 두 박물관의 사례에도 볼 수 있다시피, 무슨 유물을 어떻게 전시하고 어떠한 전시설명을 하는지는 박물관의 방향성에 따라 많은 부분이 결정된다. 이렇게 구성된 전시는 관람객들로 하여금 특정 메시지를 내면에 심어준다는 점에서 사회적, 정치적인 역할을 한다.
홋카이도박물관 속 아이누는 홋카이도 전체 역사 중 하나의 아름답고도 슬픈 역사였다면, 국립아이누민족박물관 속 아이누는 외부인들의 수난과 탄압을 이겨내고 지켜온 정체성을 통해 꽃피운 찬란한 역사가 아닐까.
국립아이누민족박물관 전경
국립아이누민족박물관 속 ‘아이누 민족의 현재’ 코너
홋카이도 박물관 전경
홋카이도박물관 내 아이누 주거지 복원
홋카이도박물관 내 아이누와 일본 본토인과의 교류를 보여주는 그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