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자국 분석, 석기를 어떻게 사용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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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202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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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의 말 : 지난 시간까지 구석기유적의 퇴적환경에 대해 다루었다면 이번 달은 구석기유적 조사 이후의 대표적인 연구에 대해 다룹니다. 그 두번째로 구석기유적에서 나온 석기의 사용흔 분석입니다. 사용흔 분석은 현미경으로 석기의 표면을 확대해서 살핍니다. 오랜 시간 책상에 앉아 현미경을 들여다보는 일은 무척이나 고됩니다. 고된 과정을 거쳐 찾아내는 구석기시대 사람들의 석기 사용흔적. 잘 접하지 못한 새로운 구석기연구의 세계로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현미경으로 본 석기
김경진 (연세대학교 역사문화학과)
선사시대 연구는 기록이 아닌 유적과 고고학적 유물을 대상으로 이루어진다. 사람들은 선사시대 사람들이 도구를 왜, 어떻게 제작하고 사용했는지, 또 당시 사람들은 어떤 문화를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한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고고학자들은 유적의 층위, 지형, 유물의 형식, 기술적 연구, 연대측정, 화분분석 등 다양한 연구 방법론을 적용해 답을 찾고자 한다. 이러한 연구 방법론 가운데 하나인 ‘쓴자국 분석(Traceology, use-wear analysis)’은 사람들이 도구를 사용하는 동암 도구 표면에 형성되는 미세한 흔적들을 현미경으로 관찰함으로서 도구의 사용과 사람들의 활동 등에 대해 해석한다.
쓴자국 분석 연구는 1930년대 소련의 선사학자 세메노브(Semenov)에 의해 시작되어 이후 선사고고학 연구에 있어 쓴자국 분석의 중요성에 대한 인지 후 많은 발전을 이루었다. 1970년대를 지나면서 객관적인 도구의 기능 해석을 위한 비교 자료를 위해 돌감, 도구의 형태와 크기, 작업재료, 작업방향, 사용시간, 날의 각도 등 다양한 변수를 통제한 체계적인 실험을 통해 작업재료와 도구의 사용방법에 따라 흔적들이 가지는 각각의 특징들을 이해하였다. 또한 분석 방법론적으로 ‘저배율 접근법’과 ‘고배율 접근법’, 그리고 ‘초고배율 접근법’ 등이 구분되고, 이에 따라 다양한 현미경이 활용되었다. 또한 초고배율 접근법의 등장으로 석기 표면의 매우 미세한 흔적 분석뿐만 아니라 동식물 조직, 광물 흔적 등을 분석하는 잔존물(residue) 연구의 발전도 가능하게 하였다.
석기 표면에서는 다양한 흔적들이 확인되는데, 대표적으로 날의 깨짐(scarring), 날의 둥그러짐(edge-rounding), 줄자국(striation), 갈림(polish) 등의 흔적들이 있다. 이러한 흔적들은 돌, 나무, 뿔, 뼈, 가죽, 고기 등 선사시대 사용했을 다양한 재료에 대해 자르거나 긁거나 찍는 등의 적용되는 작업 방법과 사용 시간 등에 따라 흔적의 크기, 깊이, 너비, 면적 등이 다르게 형성된다. 즉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다양한 흔적들은 도구의 사용 방법, 시간, 작업 재료 등에 따라 단독 혹은 복합적으로 형성되며, 각 흔적의 형태와 특징들이 모두 다르게 확인된다. 예를 들어 뼈나 뿔과 같은 단단한 작업재료를 자르는 도구와 가죽이나 고기와 같은 부드러운 재료를 자르는 도구에 형성된 흔적들은 방향, 크기, 깊이 등이 모두 다르게 형성될 것이다.
그리고 관찰되는 흔적의 종류는 여러 정보를 담고 있는데, 이 중 날의 깨짐, 날의 둥그러짐은 작업재료의 단단하기와 도구의 사용 방향을 보여주며, 갈림은 작업재료의 상태에 따라 반짝임, 확장, 부드러움 등의 특징이 명확히 다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작업재료를 보다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다. 이렇듯 흔적들의 특징을 파악하고, 이를 확인하는 체계적인 실험 자료와 민족지 고고학에서 현재 유사한 작업 과정에 사용하는 도구에서 관찰되는 흔적들과 상호 비교를 바탕으로 선사시대 도구의 사용 방법과 작업 재료 등을 이해하고 당시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유추하게 된다.
쓴자국 분석을 통한 석기의 기능 연구는 석기기술학 연구의 한 과정으로 선사시대 석기 표면에 남겨진 다양한 흔적들을 체계적인 관찰과 분석을 통해 도구가 가지는 기능을 유추하고 더 나아가 당시 사람들의 다양한 기술 활동과 행위를 해석한다.
석기 사용흔 분석의 예 : 네팔 Gidhiniya유적 격지에서 나타나는 사용의 흔적들. 각 부분을 200배율로 확대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