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고고학의 세계2 - 지금의 실험고고학이 있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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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202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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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날 제작 실험 모습
김 언 중 (일본 도호쿠대학 대학원 고고학연구실 박사과정)
실험고고학은 적어도 18~19세기 전후부터는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있다(Coles 1979). 이 당시 실험은 현재의 고고학적 실험과는 거리가 멀었으며, 고고유물과 실험자료와의 비교분석보단 자기 체험을 과거상에 투영하여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지금에 실험고고학의 근간이 되는 연구들은 대부분 1960~70년대에 등장하게 된다. 특히 석기 제작 분야 실험을 포함해 여러 분야의 실험연구들이 이 시대를 기점으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 중심에는 당시 미국과 유럽을 휩쓴 과학주의, 가설과 타당성의 입증을 둘러싼 실증적 연구 분야의 팽창과 그 맥이 닿아있다.
그중에서도 과학적 실험의 이론과 실전 연구를 주장한 루이스 빈포드Lewis R. Binford, 존 콜스John M. Coles, 쟈크 틱시에Jaques Tixier로 대표되는 선구자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1983년 연구에서 인간의 행동과 유물과의 관계를 거듭 이해하고 평가하는 중간적 연구를 역설한 미국의 루이스 빈포드의 중위이론(Middle-range theory)과, 철저한 가설검증을 바탕으로 한 실험연구를 확립한 영국의 존 콜스의 연구로 실험고고학의 기초를 다졌다. 그중에서도 빈포드가 제시한 중위 이론은 지금도 실험고고학적 연구의 가이드 라인이 되고 있다.
빈포드는 과거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를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고고학의 가설은 과거에 대한 문화시스템의 움직임을 고찰하는 것으로 보았다. 그리고 과거와 현재, 정지된 상태와 움직이는 상태라는 두 가지 축 사이를 넘어서 움직이는 과거를 이해하는 방법론의 필요성을 강조한다(그림 1 참고). 그 방법론 중에 실험을 통한 고고학적 시도로서 즉 실험고고학이 대두된다.
그림 1. 중위 이론의 진행방법 (御堂島2005에서 필자 편집)
실험에 대한 모델 가운데 콜스Coles는 1979년 그의 책에서 실험할 때 지향해야 하는 방법을 아래와 같이 기술했다.
- 1. 실험에 사용하는 재료는 자료 대상과 동일 해야 할 것
- 2. 실험에서 사용되는 방법은 조사 대상 사회에 적합해야 할 것
- 3. 전문지식과 기술을 유연하게 적용할 것
- 4. 실험 작업의 규모는 적절한 판단으로 실시하고 일련의 상황을 올바르게 기술할 것
- 5. 실험은 여러 번 반복해서 할 것
- 6. 실험은 융통성있게 할 것
- 7. 얻어진 결과는 '과거에 일어난 일'의 증명이 아니라 무지의 배제임을 인식할 것
- 8. 스스로 실험의 함정을 재확인할 것
이러한 콜스의 기본규칙들은 현재까지 이어지며 유물의 관찰에서부터 가설설정 → 제현과 모방등의 실험 → 유물과 실험자료와의 비교와 검증 → 그에 따른 해석이라는 각 시스템이 확립하게 된다.
한편 바다 건너 프랑스에서는 틱시에Tixier가 르루와 그랑 André Leroi-Ghourhan이 발전시킨 동작연쇄(chaîne opératoire, 그림 2 참고)라는 개념을 통해 기술학적 관점에서 해석하는 연구방법론을 제시했다. 특히 틱시에 Tixier,의 기술학적 분석은 조금은 추상적일 수 있지만 마음과 행동을 읽는 과정, “Méthode(일련의 제작공정)” 와 “Technique(제작에 쓰이는 도구와 행위)”라는 개념으로 나눠서 진행한다(Tixier 1967・1980). 고고학적 유물을 만든 제작자의 사고와 제작공정, 행위를 심층적으로 연구하고자 제시된 이 개념들은 이후에 쟈크 펠그랑Jacques Pelegrin과 더불어 여러 기술학 연구자들에 의해 실험이라는 직접적인 검증시스템 더해지며 더 효과적인 연구방법론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러한 선행연구를 바탕으로 발전하게 되는 실험고고학연구는 발전하는 과학이론에 맞춰 인간이 통제가능한 실험과 불가능한 실험, 물리학과 자연과학 등과의 결합으로 한층 더 심도 깊은 고고학 이론과 연구로의 재생산을 해 나가며 복합적인 고고학 연구방법론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이러한 흐름에 「정적인 과거 유물이나 유적을 소재로 실험적 연구를 통해 동적인 과거의 인간 활동을 복원하거나 한편 고고자료가 입은 인적·자연적 영향 과정을 검증하려는 것」 이라고 한 츠츠미 타카시堤隆에 실험고고학의 정의는 매우 합당하다고 생각한다.
위에 기술한 실험고고학의 약사를 정리하면서 필자가 실험을 함에 있어 중요하게 생각한 것이 있다. 단순히 모방과 제현이 아닌, 유적과 유물의 맥락을 먼저 생각하고 관찰하며, 과학적이고 입증과 검증이 가능한, 그리고 통제가 가능한 실험이다. 어느 연구자가 보거나 따라 해도 입증과 검증이 가능하고, 그 실험결과를 유물과 비교했을 때 얻어지는 해석 또한 합당한지를 따져보는 것이 기본적이면서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실험고고학 연구다.
그림 2. 프랑스 에티올유적의 동작연쇄 (Karlin et al. 1992)
참고문헌
堤隆 2006 「実験考古学」 『現代考古学事典 縮刷版』 p.198−201 安齋正⼈編 同成社
御堂島正 2005 『石器使用痕の研究』 同成社
Leroi-Gourhan, A. 1984 「PINCEVENT: campement magdalénien de chasseurs de rennes」 Guides Archeologiques de la France 3, Imprimerie Nationale
Coles, J. M. 1979. 「Experimental Archaeology」 London: Academic Press
Karlin C., Pigeot N., Ploux S., 1992 L'ethnologie Préhistorique, LA RECHRECHE 247: 1106-1116
Karlin C., Ploux S., Bodu P., Pigeot N., Hinde R., Ingold T., Pelegrin J., Pigeot N., Rabischong P., Sigaut F. 1993 「Some socio-economic aspects of the knapping process among groups of hunter—gatherers in the Paris Basin area」 p. 318–340 The Use of Tools by Human and Non-human Primates (A. Berthelet (ed.), J. Chavaillon (ed.)) Oxford University Press
Tixier, J. 1967 Procédés dʼ anaiyse et questions de terminologie concernant lʼ Etude des ensembles industriels du paléolithique récent et de lʼ épipaléolithique dans lʼ Afrique du Nord-Ouestʼ , Background to Evolution in Africa
Tixier, J. 1980 「préhistorique et technologie lithique」 pp. 11-13 mai 1979, (Publications de l'URA 28: cahier 1, Centre de Recherches Achéologiques du Cetre National de la Recherche Scientifiq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