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기시대 사냥꾼들의 손에 쥐어진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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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2023.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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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 호모 사피엔스의 창과 그 사용방법
김 소 영 (전곡선사박물관 학예연구사)
전곡선사박물관의 2018년 기획전 <돌과 나무의 시대>는 선사시대 석기에 나무 손잡이나 자루가 장착되어 얻게 되는 시너지를 조망한 전시였다. 선사시대 이래 시작된 나무와 석기의 결합은 여러 이점이 있었다. 사냥의 기술과 연결해서 볼 때, 손에 직접 석기를 쥐고 쓸 때보다 나무에 찌르개를 연결해 공격할 때 나무 손잡이를 통해 힘이 전달되어 노동 손실이 덜하고 사용에서 더 강한 힘을 가할 수 있다. 투창의 영역으로 발전한 결합석기는 직접 쥐고 사용할 때 보다 정확한 타격이 가능해졌고 사냥감 등의 위험으로부터 안전거리를 확보한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손잡이 도구로 대표되는 이 같은 결합 도구들은 에너지 효율성이 커진다는 면에서 힘이 센 사람과 덜 센 사람 사이의 기술적 균등화도 가져왔다. 이 같은 결합석기는 나무, 뼈, 뿔 등의 잡이에 석기를 끼우거나 얹어 그 사이에 식물·동물·광물성 물질로 만든 접착제나 끈으로 고정시켜 만든다. 접착제는 선사시대 석기 결합의 중요한 증거인데, 대표적으로 자작나무의 껍질이나 소나무의 송진, 밀랍, 황토로 만든 접착제가 쓰인 것으로 보인다. 나무 등의 손잡이에 석기 등의 도구를 장착하는 기본원리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오늘 날의 수많은 칼, 창, 도구에서 우리는 여러 형태와 소재의 손잡이에 끼워져 있는 도구를 본다. 선사시대와 비교할 때, 도구가 석기에서 주로 철이나 스테인리스로 변했다는 점만 다르다.
선사시대 손잡이라 통칭하는 ‘Hafting’은 그 형태와 구조에 따라 다시 나눌 수 있다. 기를 그대로 혹은 모양을 일부 손질하여 손잡이에 끼우거나 얹어 장착하는 손잡이 석기 hafted tool, 석기의 아래 끝에 슴베를 만드는 슴베석기 tanged tool, 격지나 좀돌날의 가장자리나 등을 손질하거나 날 그대로 장착하는 복합석기 composited tool로 나뉜다. 가장 오래된 손잡이의 흔적은 약 50만 년 전의 남아프리카 Kathu Pan 1 유적의 석기로 보고되었지만 논란이 있다. 이보다 뒤에 나온 가장 확실한 손잡이 장착의 증거는 독일 쉐닝겐 유적 12, 13구역의 약 30만 년 전 석기에서 확인된다. 쉐닝겐 유적은 중기 구석기시대의 나무 창이 나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유적인데 이와 더불어 나무에 석기를 장착한 흔적이 발견된 것이다. 손질한 도구와 격지의 쓴자국 및 잔존물 분석 결과 이들 석기는 나무, 가죽, 고기를 손질하는 데 쓰였고, 그중 일부에서 손잡이를 장착할 때 쓰였던 수지성 접착제가 발견되었다.
인류가 육식을 하게 되는 가장 중요한 전환점은 사냥에 있다. 특히 인류의 사냥 기술 발달사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바로 창이다, 창은 독일 쉐닝겐 유적처럼 나무를 직접 다듬어 만들기도 하지만 대체로 나무에 찌르개 같은 석기를 결합하여 쓴다. 이런 결합 구조가 점차 발달하여 손으로 쥐고 쓰는 창, 가까운 거리에서 던지는 창, 발사체를 이용해 멀리 던지는 창 그리고 활과 화살로 이어졌다. 이 같은 결합도구와 사냥기술의 발달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정교해진 던지는 결합 창의 등장은 도구의 표준화된 생산과 더불어 호모 사피엔스의 사냥 기술 발달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창을 손에 쥐고 찌르거나 창을 던지는 행위 중 보다 발달된 사냥도구인 발사체를 이용해 창을 멀리 던지는 행위는 해부학적 어깨 구조상 호모 네안데르탈렌시스보다 호모 사피엔스에게 더 수월한 행동이었다. 전 세계로 확산된 호모 사피엔스는 지역과 환경에 따라 다양한 사냥감과 마주하게 되었고 이때 결합도구를 바탕으로 한 발달된 사냥도구는 그들의 생존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사냥도구가 발전하는 과정은 호모 사피엔스의 진화와 확산, 사회성에 바탕을 둔 협동 사냥이나 몰이·함정사냥 같은 사냥 전략, 동물의 이동패턴 파악 등 복잡한 요소들이 결합한 결과이기도 하다.
인류는 살아남기 위해 사냥을 했고 그래서 두뇌가 커지는 등 여러 진화 요소가 뒤따랐다고 단순히 이해되기도 하지만, 사냥을 하고 그 기술을 발달시키는 과정은 단순하지 않고 다양한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결과이다. 이번 글에서는 잡이에 장착해 쓴 사냥도구의 관점에서 인류 사냥 기술의 발전을 생각해 보았다. 전곡선사박물관의 2023년 기획전 <고기>는 인류 진화에서 육식 섭취의 역사를 오늘날까지 확장하여 조망하는 전시다. 흥미진진한 인류 육식의 과정을 이 전시에서 소개하는 다양한 관점을 통해 확인해보길 바란다. 전시는 2024년 3월 17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기획전 <고기> 속 사냥도구 전시 코너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