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석기시대는 뗀석기의 시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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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2024.0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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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겨레문화유산연구원)
지금까지도 19세기 유럽 고고학계에서 정립된 3시대 구분법과 4시대 구분법에 따라 구석기시대는 뗀석기, 신석기시대는 간석기가 사용된 시대로 명명되고 있다. 한국의 대부분 초중고 교과서에도 뗀석기는 구석기시대, 간석기는 신석기시대의 유물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다.
포천 늘거리 유적, 하남 미사리 유적, 대전 용호동 유적, 순천 월평 유적, 진주 집현 장흥리 유적, 산천 차탄리 유적, 장흥 신북 유적 등 남한의 구석기시대 유적들에서 간석기가 출토되었다. 그만큼 구석기 유적에서의 간석기 출토는 이제 더 이상 특이한 현상이 결코 아니다. 마찬가지로 뗀석기 역시 구석기시대에 한정된 도구가 아니다. 잘 알려진 암사동 유적, 미사리 유적, 인천 운서동 유적 등 신석기시대의 취락 유적에서는 간석기보다 뗀석기가 더 많이 나왔다.
구석기시대 이후의 뗀석기는 두 가지 특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첫째, 간석기는 뗀석기와 기술적으로 연속성에 있다. 적당한 원석을 골라 뗀석기 기법으로 소재를 다듬은 다음 처음엔 거칠게, 나중에 정교하게 갈아서 간석기를 완성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유물로 신석기·청동기시대의 돌도끼를 예로 들 수 있다. 둘째, 사냥-채집 사회인 구석기시대의 뗀석기는 자갈돌이나 돌덩어리 등 원석을 깨어 만든 유물로, 그 용도에 따라 주먹도끼, 찍개, 여러면석기, 긁개, 밀개, 찌르개 등이 사용되었다. 신석기시대에도 구석기시대처럼 찍개, 긁개, 칼 등 뗀석기가 사용되기도 하지만, 초기 농경사회인 신석기시대가 되면서 땅을 파는 용도로 알려진 새로운 뗀석기인 굴지구가 등장하기도 한다. 식물자원 가공구 쓰인 가로가 긴 형태의 옆격지 또한 특징적이다.
이와 같이 뗀석기는 구석기시대뿐만 아니라 선사시대 인류가 지속적으로 사용한 도구로 각각의 시대 환경과 생활상이 변화하면서 이전에 사용하였던 뗀석기가 소멸되기도 하고, 새로 만들어지기도 하면서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과정을 가진 도구이다.
사진 : 암사동 유적 출토 여러 뗀석기들(국립중앙박물관, 『암사동』, 199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