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곡리유적은 언제나 진행중! - 전곡리85-12번지 구석기유적의 조사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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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202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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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곡리유적은 1978년 처음 발견되어 1979년 첫 발굴조사를 했습니다.
놀랍게도 전곡리유적은 아직도 계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고고학과 지질학이 만나 점점 더 많은 전곡리 구석기 사람들의 비밀 퍼즐이 과학적인 방법으로 맞춰지고 있습니다..
선사칼럼에서는 전곡리유적 특집으로 최근 조사된 전곡리 유적의 조사내용과 지질에 대한 이야기를 몇 차례에 걸쳐 소개합니다.
전곡리에서는 사적으로 지정되어 보존되고 있는 전곡리유적지 외에도 그 주변을 조사하면 대부분 구석기 사람들이 남긴 흔적이 발견됩니다. 아래 항공사진에서 한탄강이 휘어지는 너른 들판에 발굴피트가 있는 곳이 이번 칼럼에서 소개하는 조사지역이고 그 바로 뒤의 낮은 아파트들이 있는 곳도 전곡리유적의 또 다른 지점입니다. 이 지점에서 발견된 주먹도끼가 바로 국립중앙박물관 선사고대관 단독장에 멋지게 서있는 그 주먹도끼지요. 전곡리유적의 이야기는 앞으로 종종 들려드리겠습니다. 오늘 소개할 칼럼은 발굴조사자가 직접 들려주는 전곡리 85-12번지 유적 조사 성과입니다. 전곡선사박물관 건너편에는 현재 아파트 건설 마무리 작업이 한창인데요, 그 자리가 오늘 칼럼에서 소개하는 유적 자리입니다. _편집자 주
조사지역 항공사진 모습
김우락(겨레문화유산연구원)
본 칼럼을 통해 (재)겨레문화유산연구원에서 2022년 3월부터 약 1년에 걸쳐 조사한 연천 전곡리 85-12번지 구석기유적의 발굴 성과를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연천 전곡리 85-12번지 구석기유적은 한탄강이 동쪽에서 남쪽으로 감싸는 지형으로, 약 50만 년 전 분출한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현무암대지 위에 위치한다. 연천 전곡리유적(사적 제268호)과는 500m가량 떨어져 있다. 조사 지역은 이미 상당한 퇴적층이 벽돌공장 등으로 반출된 상태로, 구석기유적이 훼손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진행하였으나 예상외로 다양한 구석기 유물이 출토되었다. 특히 1지점은 유적의 퇴적양상이 잘 나타나서 전곡리 일대에서 조사된 제각각 유적들의 전체적인 층위와 시기를 정리하는 데 기준이 되었다.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4개 문화층에서 2,300여 점의 석기가 출토되었다.
1문화층(50여점)은 Ⅱ층(암갈색 점토층)으로 일부 지역에서만 출토된다. 석영으로 생산된 격지와 조각이 대부분이며 그 수량은 많지 않다. 다만 10㎜ 이하의 작은 석영 부스러기가 함께 공반되어 채질을 통해 이를 수습하였다.
2문화층(350여점)은 Ⅲ층(적색 점토층)으로 몸돌·격지 등 제작과정에서 파생되는 석기를 비롯해 긁개, 찌르개 등의 도구석기가 출토된다. 이 흙은 붉은벽돌을 만드는데 좋은 재료로 쓰이기 때문에 이미 외부로 많이 반출된 상태로, 출토된 유물의 수는 적은 편이다.
3문화층(1,200여점)은 Ⅳ층(황갈색 사질점토층)으로, 석기는 주로 조사 지역의 동쪽에 집중된다. 몸돌과 격지를 비롯해 다양한 도구석기가 있는데, 주먹도끼와 주먹찌르개가 다수 출토되었다.
4문화층(750여점)은 Ⅶ층(황색 사질점토층)이다. 주먹도끼와 주먹찌르개, 긁개, 여러면석기 등 다양하게 출토되는데, 주목되는 석기는 가로날도끼이다. 타 문화층에서 한점도 출토되지 않은 가로날도끼가 4문화층에서만 5점이 출토되었기 때문에 본 유적의 최초 형성 시기를 분석할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외에도 접합되는 석기가 여러 점 확인되며, 주먹도끼 혹은 주먹찌르개와 여러면석기가 함께 공반하여 출토되는 사례, 길이 40㎝의 초대형 주먹찌르개가 출토된 사례 등을 분석 중이다.
조사가 마무리된 후 지금은 보고서를 작성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현재까지 분석 결과, 본 유적의 층위 및 유물 출토 양상은 기존에 조사된 전곡리유적과 동일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자연과학 분석을 시행하여 유적의 성격을 분석 중이다. 향후 본 유적의 연구 성과가 더해진다면 전곡리 일대의 구석기 문화를 보다 폭넓게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