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요석 탐구 5 – 한국의 좀돌날 문화 연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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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202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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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타니 카오루 (일본 도쿄도립대학)
흑요석으로 만든 후기구석기시대의 대표적인 석기는 좀돌날이다. ‘조합식’ 도구인 좀돌날 문화는 후기구석기시대에 등장하는 석기문화의 하나이며, 아시아 일대에 광역적으로 분포한다. 특히 극동 아시아지역에서는 ‘좀돌날’을 중심으로 하는 통일적인 양상을 보이나, 좀돌날Micro-blade을 떼어내기 위한 ‘좀돌날몸돌Micro-blade core’은 각양각색의 형태가 확인된다. 좀돌날몸돌 형태의 다양성은 각 지역에서 전통적인 기술 기반과 돌감 분포를 비롯한 지질 환경으로 인한 좀돌날 제작의 기술 특징이 반영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좀돌날 떼기가 단순히 하나의 석기제작 흔적만으로 인식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독특한 석기떼기 문화가 기술, 문화적 배경을 가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또한 좀돌날몸돌의 형태 차이와 함께 석기군의 성격에도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슴베찌르개 공반 등 같은 좀돌날 문화라도 다른 배경에서 성립된 집단임을 알 수 있다.
좀돌날몸돌의 형태는 ‘쐐기형’, ‘배모양’, ‘능주형’ 등으로 분류된다. 한반도의 좀돌날문화는 유라시아대륙을 통해 연결되는 중국, 시베리아지역 등 북방지역의 영향을 받아 쐐기형과 배모양 좀돌날몸돌을 중심으로 하는 석기군이다. 한편 한반도과 인접한 일본열도에서도 좀돌날문화가 광역적으로 출현되는데, 일본 동북지방에서는 쐐기형과 배모양을 중심으로 하는 북방계통 양상이 보이는 반면, 서남지방에서는 능주형을 중심으로 한다. 이와 같이 지역치이가 명확한 가운데, 최근에 한반도의 일부 유적에서도 일본 서남지방과 동일한 능주형의 좀돌날몸돌을 지닌 석기군이 분포하는 것이 밝혀졌다.
이러한 다양한 몸돌 형태를 나타내는 좀돌날 석기군은 몸돌뿐만 아니라 좀돌날을 떼어내기 위한 준비 단계, 즉 석기제작에 필요한 돌감 획득과 몸돌 손질까지 모든 작업이 장소를 옮겨가며 단계적으로 진행된 것이 실제 유적 현상에서 나타났다. 그러므로 작업 전체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각 유적 출토 석기의 정밀분석이 필수이며, 유적 간의 비교를 통해 공통적 관점으로 해석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금까지 한반도에서는 일괄성이 높은 좀돌날관련 자료가 매우 한정되어 있어 유적 성격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였다. 그러나 최근 조사의 증가에 따라 자료 축적이 진행되어 좀돌날문화의 다양한 연구 과제를 해명할 수 있게 되었다. 최근 유적에서 확인된 좀돌날 석기군의 흔적은 한반도 좀돌날문화의 실태를 자세히 보여주고 있으며, 지금까지의 연구 방안과 문제점을 실증하기 위한 자료로서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준다.
우리나라 후기구석기시대 슴베찌르개와 좀돌날몸돌 출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