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요석 탐구 3 – 세계 흑요석 올림픽 대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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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2023.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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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IOC 학회 포스터
김소영 (전곡선사박물관 학예연구사)
흑요석 탐구 3탄은 지난 7월 3일부터 6일까지 있었던 세계흑요석학회 International Obsidian Conference(이하 IOC) 온라인 참관기이다. IOC라 하면 흔히 국제올림픽위원회 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를 떠올리는데 세계흑요석학회는 그야말로 흑요석 연구 분야의 올림픽이라 봐도 무방할 만큼 전 세계 학자들이 모여 오직 흑요석에 대한 연구 성과를 나누는 곳이다. 흑요석의 IOC 역시 세계 주요 흑요석 산지를 중심으로 순회 개최되며 2021년 미국 캘리포니아 UC 버클리에서 진행하였다. 2년 만인 2023년 일본 홋카이도 엔가루 시라다키 지오파크 주관으로 열렸다. 이번 학회에서는 총 5개의 섹션에서 흑요석 산지와 분석방법, 고고학적 성과, 흑요석 석기제작과 사용흔 분석 등에 대해 발표가 진행되었다. 학회는 일본 현지 진행 뿐 아니라 온라인에서도 중계하여 이번 대회를 참관할 수 있었다.
학회의 가장 중요한 세션 중 하나였던 세션 4는 2일간 진행되었으며 흑요석 산지 이용 및 돌감 획득 전략을 바탕으로 석기의 제작과 유통, 집단 간의 교류, 나아가 흑요석의 문화적 가치 등 방대한 주제가 다뤄졌다. 이번 칼럼은 그중 후기구석기시대에서 신석기시대로의 전환기와 관련한 흥미로웠던 발표 2가지를 소개한다. 먼저 선사시대 흑요석 광역네트워크 연구의 기틀을 잡은 러시아 SBRAS의 Kuzmin Y.V 박사의 캄차카 지역에 대한 연구다. 이번 발표에서는 캄차카 북부그룹과 남부그룹에서의 14개 고고학 유적에서 연구된 흑요석 산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캄차카 반도 내에서의 흑요석 유통 루트 가설을 소개하였다. 캄차카 흑요석 중 일부는 캄차카 남부와 베링해 연안으로 확산되었다. 그런데 신석기시대 초기에 토기가 유입되어 내륙으로 확산하는 루트가 이 시기 흑요석의 산지에서 유적으로 유통되는 교역망과 서로 겹치지 않는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토기를 사용한 집단과 흑요석 석기를 사용한 집단이 달랐던 걸까? 많은 궁금증을 남기고 쿠즈민 박사는 결과를 알려면 조금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는 말로 발표를 마쳤다. 향후 지속적인 연구가 기대되는 발표였다.
또 하나 흥미로운 발표는 일본 Hoshikuso 야외유적 박물관 Sachie Otake의 흑요석 광산 채굴 연구이다. 흔히 선사시대 사람들은 흑요석 산지가 근처에 있다면 산지의 비탈면, 노두, 계곡, 강가에서 흑요석을 줍는다. 이 유적은 희귀하게도 땅을 파서 흑요석을 채취하던 곳이다. 나가노 근처에 자리한 Takayama Hoshikuso 유적은 후기구석기시대부터 일본의 신석기시대인 죠몽기 초기에서 후기까지 지속적으로 사용된 광산이다. 제4기 유문암을 기반으로 생성된 흑요석 산지를 중심으로 유적은 Mushikura 산 해발 약 1,480~1,540m에 자리한다. 유적의 범위는 6.6ha에 이르는데, 여러 차례에 걸쳐 수직으로 갱을 파 흑요석을 채취한 흔적이 남아있다. 특히 땅을 파내려가 작업할 때 사용한 나무 막대기와 사다리, 사슴 뿔, 바구니 등이 남아 있다(아래 사진 참조). 산이나 강가 산지에서 흑요석을 채집하는 것이 아니라 땅 속의 흑요석 광산을 채굴한 사례로 매우 독특하며 그 보존가치가 인정되어 2001년 일본 국가사적 지정 이후 2021년 야외유적 박물관이 문을 열어 유적을 보존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금 더 살펴보자면 다른 논문에서 Akihiro Yoshida 등은 고고유적의 성격과 당시의 식생분석을 접목시켜 이 유적의 흑요석 광산 채굴 이유를 설명하였다. 이에 따르면 이 곳 흑요석산지는 주로 해발 1,200m 이상의 고원이나 강바닥 혹은 산 경사면에 위치하고 있었다. 고산 및 빙하기 환경에 따라 후기구석기시대의 식생은 초원이 중심이어서 당시의 사람들은 탁 트인 경관에서 흑요석을 비교적 쉽게 주을 수 있었다. 이후 후기구석기시대 말에서 죠몽기 초의 전환기에 들어 서서히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식생은 점점 아한대 침엽수림과 냉온대 낙엽수림으로 바뀌어 갔다. 특히 죠몽기 후기에는 참나무가 우세한 울창한 낙엽수림이 커졌다. 기존의 흑요석 산지가 산림으로 바뀌면서 흑요석을 찾는 사람의 시야는 나무로 방해받게 되고 나무의 생장으로 경사면이 안정화되면서 흑요석을 땅에서 줍기 힘든 환경으로 변한 것이다. 이런 현상은 Hoshikuso나 Hoshigato 유적 등을 중심으로만 확인되고 있어 당시 이 지역 사람들의 흑요석 확보 전략에 자연환경의 변화가 큰 이유였을 것으로 연구자들은 보았다.
이처럼 박물관에서 보는 까만 돌, 흑요석에는 그 탄생부터 선사시대 사람들이 돌을 구하고 석기로 만들어 유통하는 등의 많은 이야기가 숨어있다. 그 숨겨진 이야기를 밝히기 위해 전 세계의 많은 학자들이 지금 이시간도 치열하게 연구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데 다음 흑요석 탐구 4탄에서는 우리나라 흑요석 석기 전공자가 우리의 구석기유적에서 나오는 흑요석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참고로 올림픽처럼 흑요석 IOC에서도 다음 개최지를 발표, 소개하면서 4일 간의 학회가 끝이 났다. 참고로 IOC 다음 개최지는 2026년 아르메니아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