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고고학의 세계 1 – 오늘의 실험으로 과거를 복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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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
2023.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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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요석으로 찌르개를 만드는 필자의 모습
김 언 중 (일본 도호쿠대학 대학원 고고학연구실 박사과정)
현재에 우리는 과거의 사람들이 어떻게 살았으며 어떤 도구를 만들고 사용했으며, 먹고, 입고, 지냈는지 등의 과거상을 알고 싶어한다. 그 질문에 답을 내리려는 학문은 여럿있지만 특히 고고학은, 과거의 사람들이 남긴 물질(이하, 유물 및 고고유물)들을 토대로 그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와 그리고 우리가 있기까지의 과정을 복원한다.
하지만, 옛 사람들이 남긴 유물들로는 구체적으로 그 사람이 어떻게 살았는지, 만들었는지, 쎃는지는 알 수 없다. 오랜 세월로 인해 썩어 없어져 분해되지 않은 유물만 남아, 당시 사람들의 세밀한 생활상은 지금 우리의 눈으로는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옛 사람들의 움직임이 없어진 멈춘 상태의 유물만을 볼 뿐이다. 그렇다면, 멈춘 상태의 유물에서 움직이는 상태, 당시 사람들의 행위, 삶을 볼 수 없을까? 해답 중 하나가 실험을 하는 것이다. 유물을 관찰하고 유물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직접행동(제현과 모방 등의 실험)으로서 과거의 삶이 어떠했는가를 추정해 보는 것이다. 실험이라는 과정이 과거와 현재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연구방법을 실험고고학 實驗考古學 Experimental archaeology 이라 한다. 이 실험고고학의 범위는 실로 방대하다. 과거 인류의 거의 모든 행위를 대상으로 한다. 예를 들어 선사시대의 석기나 토기의 제작/사용 실험에서 사냥, 토목, 청동기의 주조와 철기 생산, 항해에 이르기까지 여러 고고학적 실험 연구가 이루어졌다. 유물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제현과 모방이라는 직접적인 행동으로서 과거 삶의 간접체험까지 할 수 있는 이 연구분야는 얼핏 듣고 보면 고고학의 로망처럼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방대함만큼이나 매우 어려운 문제를 품고 있는 학문이기도 하다.
필자가 처음 실험고고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1학년 겨울, 연천군 전곡리유적 및 전곡선사박물관에 견학 차 방문하고 나서이다. 그때 이후로 석기 만드는 법을 배우고 직접 석기를 만들며 사용하면서 선사시대 사람들도 “이러했을 것” 이라며 마냥 생각한 것이 시작이다. 지금이야 이런 생각에서 차츰 벋어나 필자 나름의 기준으로 유물을 관찰하여 가설을 설계하고 실험을 진행하여 유물과의 비교분석을 통해 당시 사람의 행동과 생각, 더 나아가서는 하나의 집단과 사회를 이루는 매커니즘을 생각해보기도 한다.
아직 국내의 여러 연구자들이 실험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거나, 실험연구의 취지를 왜곡하여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고 생각된다. 아마도, 실험에 대한 인식과 맥이 닿아 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특히, 우리나라에 경우, 일부 회의적인 시각과 더불어, 실험을 고고학적 연구나 학술적인 목적보다는 단지, 만들고 사용하는데 치중하고 있지 않는가 싶다. 이러한 환경에서는 훌륭한 석기제작자나 토지제작자는 나올 수 있어도, 유적과 유물에 숨겨진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는 연구자는 나오기 힘들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실험고고학 연구 및 논문들을 살펴보자면, 유물과 비교분석을 기초로 한 실험연구가 영・미・프랑스권은 물론, 옆 나라인 일본과 비교해도 매우 적다. 현재의 연구자들이 만들어낸 실험자료에서 보이는 흔적보다, 유물에서 어떠한 흔적이 있는지를 먼저 보아야 할 것이다.
이번 실험고고학에 대한 소고를 쓰면서 필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면, 유물을 비롯한 실험자료에서 보이는 흔적들을 각 과정별로 직접 관찰하고, 기록하는 것이다. 실험고고학 연구에서 가장 기본이자 핵심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실험연구에 가장 필요한 부분이기도 한 것 같다. 유물로 대표되는 고고학적 기록 Archaeological record은 그 자체로 불완전하기 때문에 우리는 과거에 대해 완전한 지식을 가질 수 없다. 하지만, 과거에 대한 무지로부터 고고학자를 일깨워주는 ‘도구’로서 실험고고학연구의 효과나 의미는 절대적이라 할 수 있다*.
실험고고학은 과거의 궁금증이라는 물음에 답하는 고고학적 방법론이지만, 시대의 변화에 맞춰 그 범용 넓이를 확장해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 과거와 현재를 잇는 연구로서 실험고고학의 입지와 전망은 밝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실험고고학분야의 거두인 존 콜스 John Coles가 그의 저서에 기술한 실험고고학의 기본적인 신조로 이번 화를 마무리하며 다음 화에는 뗀석기 제작과 관련한 실험고고학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보겠다.
"실험고고학이 취하는 연구자세는 고대인을 생활용구의 발명자, 기술자, 장인, 예술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우리와 같은 인간으로 간주하려고 하는 것에 있다. 고대인이 한 것과 비슷한 일을 해보면 고대인의 기술적 능력뿐만 아니라 고대인이 왜 이런 행동을 선택하고 다른 선택을 하지 않았는지의 이유도 고고학자는 납득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지식은 모든 고고학자가 똑같이 요구하는 정보이며, 현존하는 유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
참고 :
* 阿子島香 1983 「ミドルレンジセオリー」 『考古学論叢Ⅰ』pp.171-197 芹沢⾧介先生還暦記念, 論文集刊行会編 寧楽社.
⾧井謙治 2021「実験考古学の展望と指針」『愛知学院大学文学部紀要』50、pp.19-40 愛知学院大学文学会.
** Coles, J. M. 1979. 『Experimental Archaeology』 London: Academic Press